잔 로렌조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 1598 나폴리 – 1680 로마)
1598년 나폴리에서 태어난 베르니니는 피렌체 출신의 예술가인 아버지 피에트로 베르니니(Pietro Bernini)를 따라 어린 시절 로마로 오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아버지와 함께 작업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그는 곧 17세기를 대표하는 바로크 최고 예술가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바오로 5세 교황은 어린 그의 재능을 보고 장차 제2의 미켈란젤로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였고, 그레고리우스 15세 교황은 그에게 기사의 작위를 수여하였습니다.
또한 우르바노 8세 교황은 “내 임기 동안에 그가 살아있는 것이 나에게는 큰 행운이다”라고 극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를 1629년 성 베드로 대성당의 공식 건축 책임자로 임명하였고 그때 베르니니의 나이는 불과 31세였습니다.
오늘은 베르니니의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 특별히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내부에 있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 발다키노 제작(1624~1633)
1624년(당시 베르니니의 나이는 25세) 교황 우르바노 8세의 주문으로 중앙제단을 기념하는 발다키노 작업에 착수하여 1633년에 완성한 작품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그와 경쟁관계에 있었던 한 살 터울의 프란치스코 보로미니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작품으로 이 둘의 관계는 마치 이전 세기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관계에 비유되는데, 경쟁관계에 있었던 베르니니와 보로미니가 공동으로 작업한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으로 더 유명합니다.
베르니니의 천재적인 재능과 어린 시절부터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건축에 참여하면서 쌓은 보로미니의 풍부한 경험이 어우러져 완성된 바로크를 대표하는 걸작품입니다.
발다키노(Baldachino)는 한자로 천 개(天:하늘, 천 蓋:덮을, 개)라고 하며, 순 우리말로는 닫집이라고 합니다.
원래 동방에서 유래한 것으로 왕이나 권력자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미로 주로 나무와 천으로 만들어 머리 위에 우산처럼 사용하던 것인데요. 교회 건축에서는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제단을 장식하는 설치물입니다.
특별히 로마 베드로 대성당의 발다키노는 사도 베드로의 묘지를 기념하고, 또한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님들이 미사를 집전하는 제단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더욱이 이 공간은 미켈란젤로가 건축한 돔 아래 지점이었기에 베르니니에게는 미켈란젤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어쩌면 매우 부담되는 공간이었을 겁니다.
베르니니의 발다키노의 주재료는 나무, 대리석, 청동인데요, 높이가 약 28.7m 즉 아파트 9~10층 정도 되는 높이입니다.
형태는 대리석 받침대 위에 황금색 무늬의 4개의 (청동) 나선형 기둥이 마치 천의 느낌을 살린 형태로 된 지붕을 받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4개의 나선형 기둥은 이미 이전 베드로 대성당에 있었던 발다키노의 대리석 원기둥과 같은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인간의 영혼이 천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형상화했는데, 예전 기둥들은 현재 미켈란젤로의 돔을 지지하고 있는 4개의
기둥 벽감 2층 경당 입구에 장식되어 있습니다.
이 기둥들은 처음 베드로 성당을 건축했던 콘스탄티누스가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져와 “솔로몬 기둥”이라고 불렀던 기둥입니다.
나선형의 기둥에는 그리스도의 승리를 상징하는 월계수 잎이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고, 지붕은 마치 “가벼운 천”처럼 묘사되어 있는데, 실제로 베르니니는 천의 느낌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천장 내부에는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있으며, 천장 외부 위쪽에는 천사들이 베드로의 상징인 열쇠와 교황의 삼중관, 그리고 사도 바오로의 상징인 성경과 칼을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구와 십자가”(왕이신 그리스도를 상징)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상징들이 등장하는데요.
벌은 바르베리니 교황 가문의 문장(우르바노 8세)
월계수: 그리스도의 승리
태양: 그리스도
산통 중인 여인의 얼굴: 교황의 막중한 책임성
도마뱀: 부활
이 작품을 만드는 데 무려 63톤에 달하는 청동을 사용했는데, 청동이 부족하자 우르바노 8세 교황이 고대 건축물인 판테온의 청동을 녹여 사용하게 함으로써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일화가 전해지지만 사실은 판테온에서 가져온 청동은 대부분 성 천사의 성에 필요한 대포 80문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고 합니다.
건축물이며 동시에 조각 같은 이 기념물은 웅장한 규모와 크기에도 불구하고 마치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이는 석재가 아닌 청동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황금색 무늬로 장식된 검은색 톤의 청동과 발다키노를 둘러싼 주변 대리석의 밝은 색 톤은 창으로부터 들어오는
빛과 함께 다채롭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건축물 속의 건축물로 미켈란젤로의 르네상스식 돔과 바로크 양식의 구조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서로 다른 양식과 시대의 건축물이 이상적으로 어우러진 훌륭한 예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재료와 형식 그리고 공간의 제약을 초월하여 완벽하게 조화시키는 베르니니의 뛰어난 능력을
볼 수 있습니다.
성 론지노 조각상 (1629~1638)
교회 전승에 따르면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찔렀던 인물입니다.
요한복음 19장 34절에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라고 언급되고 있으며 교회 전승에 따르면 그는 현재 이탈리아 동부지방 란치아노(Lanciano, 8세기경 최초의 성체 기적이 일어난 곳) 출신으로, 로마의 백인대장이었고, 예수님이 돌아가실 당시 지진과 여러 가지 다른 일들을 보고 마태복음 27장 54절에 언급한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들이셨다” 고 소리쳤던 인물로 여깁니다.
그는 눈병을 심하게 앓고 있었는데, 예수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를 당시에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와 물이 눈에 묻은 직후 잃어가던 시력을 회복하고 후에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다고 합니다.
베르니니는 론지노 성인이 회개하는 순간의 형언할 수 없는 극적인 감정을 펼친 양팔의 모습과 바람에 강하게 휘날리는 옷의 모습을 통하여 표현함으로써 바로크 조각의 특징을 잘 표현하였습니다.
성 베드로의 카테드라(주교좌, 1656~1666)
교황 알렉산더 7세의 주문으로, 무려 10년에 걸쳐 1666년 완성된 베르니니의 또 다른 바로크 걸작품입니다.
제작에 사용된 청동의 무게만 74톤에 달하는 대형 작품입니다.
청동 의자 내부에는 베드로 사도의 주교좌라고 믿었던 나무의자가 보관되어 있는데, 후에 9세기 샤를 2세 황제(일명 대머리 왕)가 선물한 황제의 의자로 밝혀졌고 현재 원본은 베드로 대성당 내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의자 아래에는 동방과 서방교회를 대표하는 4분의 초대교회 박사들이 사도 베드로의 의자를 떠받치고 있는 형태입니다. 이는 분열된 동방과 서방교회의 일치를 상징합니다.
주교모를 쓰고 계신 분은 성 암브로시오, 성 아고스티노이며 뒤편으로 주교모 없이 계신 성인들은 성 아나스타시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입니다.
의자 등받이 부분의 정면에는 예수님이 사도 베드로에게 열쇠를 맡기시는 성경의 장면이 부조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베드로 주교좌 위쪽으로는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는 교회를 이끌어 주시는 성령을 상징합니다.
비둘기의 펼쳐진 날개의 길이만 1.62m이며 색유리가 아닌 빛을 투광시키는 Alabastro(설화 석고)로 만들어 일몰시간에
해가 비치면 정말로 광채가 나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입니다.
교황 알렉산더 7세의 기념비
1655년 교황 알렉산더 7세가 베르니니에게 주문하였으나 2년 뒤 주문한 교황이 죽고 12년이 지난 1678년 완성에 완성을 보게 됩니다.
작업을 시작할 당시 이미 베르니니의 나이는 74세로 그의 말년기 작품 중 하나입니다.
작품의 주제는 죽음으로 작품의 중앙 부분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시는 알렉산더 7세 교황님의 모습이 있고 아래에는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이 시간을 의미하는 모래시계를 들고일어나는 장면으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교회의 덕을 의인화시킨 네 명의 여인들이 등장하는데, 오른쪽 앞쪽에 지구본의 영국에 해당하는 부분을 밟고 있는 진실을 상징하는 여인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당시 교황청과 대립했던 헨리 8세의 영국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오늘은 베드로 성당 내에 있는 베르니니의 가장 대표적인 몇 개의 작품을 살펴보았는데요, 다음에 또 다른 그의 작품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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