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미 하느님께 올리는 포도주로 바쳐지고 있습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가 다가온 것입니다. (2 티모 4장 6절)
서기 67년 6월 29일 사도 바오로는 로마 아우렐리안 성벽에서 남쪽으로 약 5km 떨어진 오늘날 트레 폰타네(Tre Fontane)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아쿠아 살비에(Acqua Salvie) 언덕에서 머리가 잘리는 참수형을 당하셨습니다.
이 장소는 고대 로마시대때 건설된 도로인 라우렌티나(Via Laurentina) 가도가 지나던 아쿠아 살비에(Aquae Salviae)라고 불리던 낮은 언덕으로 당시 이 지역을 소유하고 있었던 로마의 살비(Salvi)가문이 소유한 데서 이름이 유래하였습니다.
이곳은 3세기 말까지 그리스도인들의 순교 현장이었으며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4세기 초부터 중요한 성지로 기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이 장소를 공식적으로 바오로 사도의 순교지로 보호하기 시작한 것은 7세기 초부터 입니다.
최초로 동방에서 수도회가 들어와 이곳에 정착하였고 당시 동로마 황제 헤라클리오스는 이를 기념하여 페르시아의 순교성인 아나스타시오(Anastasio, 축일 1월22일)의 유골을 로마로 보냈습니다.
11세기에는 클뤼니 수도회가 들어왔으나 12세기(1140년) 교황 인노첸시오 2세가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도에게 기증하면서 시토회가 들어와 그 자리를 대신하여 19세 초까지 머무르게 됩니다.
그러나 1808년 프랑스 나폴레옹의 약탈과 말라리아로 인하여 수도원이 폐쇄되어 방치되었다가 1867년 교황 비오 9세에 의하여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 순교 18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복원이 이루어지고, 이듬해인 1868년 트라피스트 수도회에 위임하여 현재까지 이곳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당시 이곳은 오랜 방치상태와 습기 그리고 말라리아로 인하여 거주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는데, 트라피스트(Trapist) 수도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배수뿐만 아니라 무려 125,000여 그루의 유칼립투스 나무를 심어 현재는 다시 수많은 순례객과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장소로 탈바꿈되었습니다.
입구
시끄러운 차량 소음을 뒤로하고 이 장소로 들어서면 고요하고 경건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입니다.
참수터 입구에는 서양 수도회의 아버지인 성 베네딕도의 석상이 순례객을 맞이합니다.
성 베네딕도 석상 아래에 돌로 된 명판에는 아래와 같은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AUSCULTA O FILI
OBEDIENTIA SINE MORA
ORA ET LABORA
HUC PROPERAT CAELOS OPTAT
QUI CERNERE APERTOS
NEC REMOVET VOTUM SEMITA
DURA PIUM
SEMPER DIFFICILI QUAERUNTUR
SUMMA LABORE
ARCTAM SEMPER HABET VITA
BEATA VIAM
자녀들아 경청하여라
지체 없이 순종하여라.
기도하고 일하여라.
여기에서 열린 하늘을 보고 싶은 이들은 서둘러라.
그리고 그 길의 고단함은 그를 거룩한 목적에서 벗어나게 하지 않는다.
어려운 일들은 항상 큰 노력으로 대가를 얻는다.
축복된 삶은 늘 좁은 길을 지난다.
성 베네딕도의 석상을 지나면 드디어 예전 수도회의 입구 문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예전 수도원의 경계입니다.
현재의 성문은 13세기 교황 오노리오 3세 때에 복원된 것이지만 성문 내부 천장에 남아있는 프레스코화는 9세기 초 샤를 마뉴 시대 때 프레스코화입니다.(1630년 복원).
7세기 최초로 동방(킬리키아 지방, 현재 터키)에서 수도회가 들어와 이곳에 정착하였고 628년경 동로마 황제 이라클리오스는 이를 기념하여 페르시아의 순교성인 아나스타시오(Anastasio, 축일1월 22일)의 유골을 이곳으로 보냈습니다.
이후 11세기에는 클뤼니 수도회가 그리고 12세기(1140년) 교황 인노첸시오 2세가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도에게 기증하여 시토회가 들어오게 되었으며 당시 최초의 수도원장이었던 베르나르도(Bernardo dei Paganelli)는 1145년 에우제니오 3세(1145~1153) 교황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성문을 들어서면 두 개의 성당이 보입니다.
성 빈첸조와 아나스타시오 성당 (Chiesa dei Santi Vincenzo e Anastasio alle Tre Fontane)
왼쪽에 성 빈첸초와 아나스타시오 성당이 있는데, 최초의 성당은 7세기 동방에서 들어온 수도회가 건축하였고 성 아나스타시오의 유골을 보관하면서 성 아나스타시오 성당으로 명명되었다가 12세기에 시토회 수도회가 들어와 예전 성당을 허물고 재건축하였고 현재의 모습은13세기 때 복원된 모습입니다.
1370년 사라고사의 성 빈첸초(San Vincenzo di Saragozza, 1월 22일)의 유골을 모셔와 보관하면서 성 아나스타시오와 빈첸초 성당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벽돌로 지어진 로마에서는 보기 드문 매우 단순하고 절제된 성당으로 내부의 장식은 필라스트 기둥에 있는 프레스코화와 색유리도 된 창이 유일합니다.
개혁 수도회의 정신을 담아 검소하지만 매우 경건함이 느껴지는 성당이며 현재 트라피스트 수도회 성당으로 사용 중입니다.
천국 계단의 성모 마리아 성당 (Chiesa di Santa Maria Scala Coeli)
오른쪽에는 천국 계단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3세기 말(298년)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에 의하여 순교를 당한 로마의 호민관 제노네(Tribuno Zenone)와 그의 병사들 10,203명을 기념하는 작은 성당(Oratorio)이 있었습니다.
1138년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도(1090~1153, san Bernardo diChiaravalle, 8월 20일)가 교황 인노첸시오 2세(Papa Innocenzo II, 1130~1143)와 장례미사를 봉헌하던 중 천국으로 이어진 계단으로 천사들과 함께 올라가는 연옥 영혼들의 모습을 환시로 보게 되었고, 여기에서부터 오늘날 우리말 천국이라는 의미의 스칼라 첼리(Scala coeli)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성당 내부 지하(Cripta)에는 그들을 기념하던 예전 성당의 제단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곳은 사도 바오로가 참수를 당하시기 직전 감금되어 있었던 장소입니다. 제단 뒤편 오른쪽에는 바오로 사도가 순교를 당하시기 직전에 감금되어 있었다고 전해지는 방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성당은 16세기 알렉산드로 파르네제(Alessandro Farnese) 추기경이 건축가 쟈코모 델라 포르타(Giacomo della Porta)에게 주문하여 1584년도에 재건축된 모습입니다.
성 바오로 순교 기념 성당 (Chiesa del Martirio di San Paolo)
성당 앞쪽에는 원형 그대로 보존된 로마시대 때 라우렌티나(Via Laurentina)길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길이 사도 바오로가 참수를 당하시기 위해 끌려가셨던 그 길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전승에 따르면 사도 바오로는 이곳에서 참수를 당하셨는데, 그의 머리가 바닥에 세 번 튀었고, 그 자리에서 샘이 솟아올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장소를 세 개의 샘( Tre Fontane)라고 부르게 되었다.
현재의 성당은 1601년 피에트로 알도브란디니(Pietro Aldobrandini)추기경의 후원으로 쟈코모 델라 포르타(Giacomo della Porta)가 재건축한 성당이며, 1867년 복자 교황 비오 9세(1846~1878) 때 다시 복원된 모습입니다.
성당 내부 정면에는 서로 다른 레벨의 바닥 위에 세워진 세 개의 기념비가 있는데, 바오로 성인의 머리가 튀었고 샘이 솟았다고 전하는 장소를 기념하는 기념비입니다.
왼쪽: 성 베드로 제단
제단화: 성 베드로의 순교, 1604~1605, Guido Reni가 그린 작품의 사본으로 원본은 1797년 프랑스에 의해 약탈되었다가 현재는 바티칸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오른쪽: 성 바오로의 제단
제단화: 성 바오로의 순교, 1550~1592, Bartolomeo Passerotti 작품입니다.
오른쪽 벽 모서리에는 바오로 성인이 참수를 당하실 때 묶였다고 전하는 대리석 기둥을 볼 수 있습니다.
성당 가운데 바닥의 모자이크는 1867년 복원 당시 오스티아 유적지에서 발굴된 2세기경 로마시대 모자이크가 있습니다.(4계절을 의인화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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