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칭송하는 나보나 광장이 있습니다.
바로크의 거장이며 경쟁자였던 프란체스코 보로미니와 쟌 로렌조 베르니니의 건축물이 마치 경연을 벌이듯 나란히 있는 광장이지요.
나보나 광장 주변에도 유명한 성당들이 많이 있습니다.
나보나 광장에서 북쪽 출구로 나가서 오른편으로 1분만 걸어가면 성 아우구스티노 광장이 있는데, 그 광장에는 교회의 가장 위대한 신학자로 불리는 성 아우구스티노를 기념하는 성 아우구스티노 성당(Basilica di Sant'Agostino in Campo Marzio)이 있습니다.
이 성당은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성당으로 귀염 데스투트빌(Guillaume d'Estouteville) 추기경의 후원으로 르네상스 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가 설계하여 1483년 쟈코모 디 피에트라산타(Giacomo di Pietrasanta)가 완성하였습니다.
특히 성당의 정면은 알베르티의 걸작인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을 모델로 디자인하였고 로마에서는 보기 드문 르네상스 양식의 성당입니다.
성당 정면에 사용된 하얀색 석재는 고대 로마의 위대한 건축물인 콜로세움에서 가져온 석회화(Travertino)를 사용하였습니다.
이 성당이 다른 성당에 비하여 특별한 점은 당시 이 성당이 로마에서 유일하게 매춘 여성들에게 출입이 허용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매춘업을 하던 여성들을 죄인으로 여겼고 그래서 미사나 전례에 참여하지 못하게 금지하던 시절이었는데, 이 성당은 오히려 세인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그들을 보호하고 돌보았던 성당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성당 내부에 우리 교회의 위대한 교부이신 성 아우구스티노의 어머니이신 성녀 모니카의 유해가 모셔져 있기 때문입니다.
내부
내부는 르네상스 양식의 3랑 식 구조이며 좌우 양쪽에 10개의 작은 경당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성당의 돔(Dom) 지붕은 로마에서는 최초로 지어진 돔 지붕입니다.
현재의 내부 모습은 1750년 루이지 반비텔리(Luisi Vanvitelli, 1700~1773)의 새로 디자인하여 리모델링된 모습입니다.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왼쪽 벽면에는 "출산의 성 모자"라는 이름의 대리석 조각상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야코포 산소비노(Jacopo Sansovino, 1486~1570))가 1521년도에 완성한 작품인데, 자녀를 원하는 부부들은 자녀를 얻기 위하여 그리고 출산을 앞둔 산모들은 순산을 기원하며 기도하던 성모상으로 로마인들은 기적을 일으키는 성모자상이라고 믿는 조각상입니다.
실제로 조각상 주변에는 도움을 받은 이들이 봉헌한 많은 표식들을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표식들을 이탈리아에서는 감사 봉헌(EX VOTO)이라고 합니다.
소원이 이루어진 이들은 감사의 뜻을 표현하는 행위이며 또한 소원을 청하는 이들은 이러한 표식들을 보며 자신들의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을 갖게 하는 전통입니다.
이 작품에 관하여 전해지는 전승에 의하면 원래 이 조각상은 고대 로마의 조각상을 작가가 얼굴만 바꾸어 만든 작품인데, 원작은 아기 네로 황제와 네로의 어머니인 아그리피나 상을 변조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성당 안에는 라파엘로의 프레스코화가 하나 있는데, 입구에서 정면 왼쪽 3번째 기둥에 그려진 그림입니다.
이 작품은 1512년도에 그린 이아야 예언자의 모습으로 경쟁자였던 미켈란젤로가 바티칸 시스티나 소성당에 완성한 천장화를 보고 그렸을 것으로 추정하는 작품입니다.
실제로 이 작품에서는 미켈란젤로의 화풍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그림 바로 아래쪽에는 출산의 성 모자상을 만들었던 야코포 산소비노의 스승인 안드레아 산소비노(Andrea Sansovino, 1467 혹은 1460~1529)가 1512년 완성한 성 모자와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인 성 안나 조각상이 있습니다.
이 작품의 소재는 예수님과 함께 외 할머니인 성 안나까지 3대가 함께 등장하는 보기 드문 소재의 작품입니다.
주제단
중앙에 있는 주제단은 1627년 쟌 로렌초 베르니니가 설계하여 1628년 오라치오 투리아니(Orazio Turriani)가 완성한 웅장하고 화려한 분위기의 제단입니다.
제단 위 성모자의 이콘은 콘스탄티노플의 성 소피아 대성당에 있었던 비잔틴 양식의 이콘이며, 루가 성인이 그린 것이라고 믿었던 이콘입니다.
성녀 모니카 경당
주제단 왼쪽 편에는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모범이신 성녀 모니카의 유해를 기념하는 경당이 있습니다.
1430년 성녀가 돌아가신 오스티아에서 그녀의 유해를 이곳으로 이장하여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습니다.
서방교회 4대 교부 중 하나이며 위대한 교회 신학자이신 성 아우구스티노의 어머니로 눈물과 기도로 젊은 시절 방탕한 삶을 살았던 아들을 회개시켜 우리 교회의 위대한 교부가 되게 한 공덕으로 교회의 위대한 어머니 상으로 존경받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북아프리카 출신으로 어린 나이에 권위적이며 세속의 명예를 추구하던 남편과 결혼하였습니다.
그녀는 끊임없는 기도와 희생으로 남편과 시어머니를 개종시켰으나, 곧 과부가 되었고, 세 명의 자녀 중 장남인 아우구스티노가 이교에 빠져 잘못된 길을 걷고 있을 때 아들을 설득하기 위해 밀라노까지 가서 마침내 암브로시오 성인에게 세례를 받게 하였습니다.
그녀는 로마 근교 오스티아 항구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배를 기다리던 중 열병으로 55세의 나이로 선종하였습니다..
12세기부터 그녀에 대한 공경이 전교회로 확산되었으며, 현재도 자녀들을 위하는 모든 어머니들이 이곳으로 와서 기도하는 장소입니다.
경당 내 중앙제단 아래에 그녀의 유골이 보관되어 있으며, 왼쪽 벽면에는 오스티아에서 옮겨온 그녀의 옛 석관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이곳을 방문하셨습니다.
카발레티 경당 (순례자의 성모 마리아 또는 로레토의 성모 마리아)
이 경당의 소유자였던 에르메테 카발레티(Ermete Cavalletti)는 볼로냐 출신의 귀족으로 당시 교황청 서기관이 되면서 로마에서 중요한 위치를 가지기 시작한 인물입니다.
그는 1603년경 이 경당을 구입하였고, 카라바죠에게 제단화를 주문하였는데, 주문 당시 자신이 1602년 로레토의 성가(聖家) 성당을 순례한 후 이 경당의 제단화를 “로레토의 성모자”를 주제로 하기를 희망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선조들과 같은 고향 출신인 카라바죠(1571~1610)에게 의뢰하였습니다.
미술사에서 로레토의 성모 도상은 중세(1294년) 때 성모님의 집이 천사들에 의하여 하늘로 옮겨져 왔다는 전승에 따라 성모 마리아가 하늘에 부상해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이 전통이었습니다.
그러나 카라바죠가 표현한 도상은 다시 한번 기존의 전통적인 도상을 완전히 깨어버립니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성모는 천상이 아닌 지상에 서서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성모 마리아의 모델로 등장한 인물이 당시 유명한 매춘 여성인 레나 안토니에타의 얼굴이었다는 점입니다.
그의 성화가 전통적인 성화와 구별되는 또 다른 요소는 극단적인 현실을 묘사한다는 점입니다.
이 그림에서도 성모 마리아가 기대고 서 있는 벽면을 금이 간 성가(聖家)의 모습으로 표현하여 실제의 성가(聖家) 모습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순례자들의 모습도 오랜 순례길의 피로로 부어오르고 지저분한 맨발과 남루한 옷을 걸친 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너무나도 현실적인 인물로 묘사하였습니다.
그림에 등장하는 남성은 주문자인 에르메테 카발레티이며, 늙은 여성은 그의 어머니를 모델로 하였습니다.
이 그림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엄청난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으나 다행히 거부당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그림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성모의 포즈가 마치 지나가는 행인을 호객하는 창녀를 연상시킨다고 비하했지만 이와 달리 성모의 발은 하늘에서 지상에 막 내려와 닫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성모의 옷은 비록 당시 서민 여인들의 옷이지만 옷의 색깔은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전통적인 성모의 도상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성화에서 그가 표현한 극 사실주의는 가난한 민중을 만나는 성모자의 모습을 통하여 인간 세계에 내려오신 성모와 예수님을 강조하는 듯합니다.
한마디로 르네상스 예술의 의미는 현실의 이상화였다면 그의 관심사는 이상의 현실화였습니다.
카라바죠에 대하여서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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